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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사기구 “모범사례” 로 평가

내달 회의서 최종 등재 유력

결정되면 韓 총 21종목 보유

北 조선옷차림은 ‘등재불가’

한국의 ‘연등회(燃燈會·사진)’가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될 것이 유력하다.파워볼엔트리

유네스코 무형유산위원회는 산하 평가기구의 심사결과 한국의 연등회를 인류무형유산으로 ‘등재 권고’했다고 16일(현지시간) 밝혔다. 위원회가 등재를 권고하면 별다른 하자가 발견되지 않는 한 최종 등재 결정에 반영한다. 이로써 연등회는 오는 12월 14~19일 프랑스 파리 유네스코 본부에서 열리는 제15차 무형유산보호 정부간위원회에서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으로 확정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평가 기구는 “한국의 연등회 등재 신청서가 인류무형유산 전체의 중요성을 어떻게 제고할 수 있는지 보여주고 있다”며 각국 신청서 중 모범사례(Good Example)로 제시했다. 그러나 북한이 신청한 ‘조선옷차림풍습(한복)’에 대해서는 ‘등재 불가’를 권고했다. 이번에 평가기구는 총 42건의 대표목록 등재신청서를 심사해 연등회 등 총 25건에 대해 ‘등재’를, 16건은 ‘정보 보완’을, 1건은 ‘등재 불가’를 각각 권고했다.

연등회 등재가 최종 결정되면 한국은 모두 21종목의 인류무형문화유산을 보유한 나라가 된다. 지난 2001년 ‘종묘제례 및 제례악’을 시작으로 2018년 한국과 북한이 공동 등재한 ‘씨름’이 20번째였다. 북한은 씨름을 포함해 ‘아리랑’(2013), ‘김치담그기’(2014) 등 3종목의 인류무형문화유산을 보유하고 있다.

연등회는 신라에서 시작돼 고려시대에 국가적 행사로 자리 잡은 불교 행사다. 초창기엔 석가탄신일을 기념하기 위한 종교 행사로 시작됐으나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대표적인 봄철 축제로 거듭났다. 2012년 국가무형문화재 제122호로 지정됐다. 유네스코 평가위는 “연등회의 포용성은 국적, 인종, 종교, 장애의 경계를 넘는 데 기여했다”면서 “인도, 중국, 몽골, 스리랑카, 태국 등 다양한 국적의 다양한 참여자들은 연등회의 문화적 다양성을 보여준다”고 했다.

연등회보존위원회 위원장인 원행 조계종 총무원장은 유네스코 무형유산위의 결정을 환영하며 “연등회는 유구한 시간 우리 민족과 함께해 온 대표적인 전통문화로, 이번 등재 권고는 그 보편적 가치를 세계가 인정하는 첫걸음”이라고 말했다.

장재선 선임기자 jeijei@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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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공중 해시계 ‘앙부일구’ 미국서 환수
국외소재문화재재단 6월 경매통해 매입
조선 최초, 고유의 해시계로 정확도 높아
크기,상태 등 국내 7점 뿐인 유물로 가치 커

미국 경매에 출품된 것을 문화재청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이 6월 매입해 국내로 환수한 조선시대의 해시계 ‘앙부일구’ /사진제공=문화재청
미국 경매에 출품된 것을 문화재청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이 6월 매입해 국내로 환수한 조선시대의 해시계 ‘앙부일구’ /사진제공=문화재청

[서울경제] 관상수시(觀象授時). 하늘을 관찰해 백성에게 절기와 시간을 알리는 것은 임금의 가장 중요한 임무 중 하나였다. 고대왕국 뿐만 아니라 유교 국가인 조선에서도 마찬가지였다.파워볼게임

애민(愛民) 정신의 세종대왕은 백성들이 시간을 읽지 못하는 것이 안타까웠다.

“모든 시설(施設) 중에서도 시각보다 중요한 것이 없는데, 밤에는 경루(更漏)가 있으나 낮에는 알기 어렵다. 구리로 부어서 그릇을 만들었으니 모양이 가마솥과 같고, 지름에는 둥근 톱니를 설치하였으니···신(神)의 몸을 그렸으니 어리석은 백성을 위한 것이요, 시각(刻)과 분(分)이 해에 비쳐 밝게 보인다. 길 옆에 설치한 것은 보는 사람이 모이기 때문이다.”

세종실록 중 ‘앙부일구’에 대한 언급이 처음 등장하는 1434년10월2일자 기록의 한 부분. /사진제공=문화재청
세종실록 중 ‘앙부일구’에 대한 언급이 처음 등장하는 1434년10월2일자 기록의 한 부분. /사진제공=문화재청

세종 16년인 1434년 10월 2일자 ‘세종실록’에 처음 등장한 해시계 앙부일구(仰釜日晷)에 관한 기록이다. 하늘 우러러 볼 앙(仰)자에 가마솥 부(釜)자를 쓰고, 해그림자를 뜻하는 일구(日晷)를 붙인 ‘앙부일구’는 가마솥 모양의 오목한 부분에 드리운 해 그림자를 통해 시간을 알려주는 우리나라 최초의 해시계다. 안쪽에 시각선(수직)과 절기선(수평)을 바둑판 모양으로 새겼고, 북극을 가리키는 바늘을 꽂아 이 바늘의 그림자가 가리키는 눈금에 따라 시간과 날짜를 읽을 수 있다.파워볼게임

세종대왕은 과학자들로 하여금 앙부일구를 제작해 지금의 종로1가인 혜정교(惠政橋)와 종묘 앞에 설치하게 했다. 백성들이 숫자와 글자를 읽지 못할 것을 염려해 시각은 쥐·소·호랑이·토끼 등 12지신의 동물 그림으로 표시했다. 조선 고유의 과학문화재인 앙부일구는 길 가던 사람 누구나 볼 수 있다는 점에서도 런던 빅벤보다 415년이나 앞섰다.

미국 경매에 출품된 것을 문화재청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이 6월 매입해 국내로 환수한 조선시대의 해시계 ‘앙부일구’ /사진제공=문화재청
미국 경매에 출품된 것을 문화재청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이 6월 매입해 국내로 환수한 조선시대의 해시계 ‘앙부일구’ /사진제공=문화재청

문화재청 산하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이 미국의 한 경매에 출품된 조선 시대 해시계인 ‘앙부일구’를 지난 6월 매입해 17일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를 통해 공개했다. 문화재청과 재단 측은 지난 1월 이 유물에 대한 정보를 입수했고, 면밀한 조사와 국내 소장 유물들과의 과학적 비교분석 등을 진행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인해 3월부터 6월까지 경매가 연거푸 취소되는 등 우여곡절 끝에 지난 8월 마침내 국내로 들여오는 데 성공했다.

문화재청의 설명에 따르면 이번에 환수된 앙부일구는 18세기에서 19세기 초 사이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지름 24.1㎝, 높이 11.7㎝, 약 4.5㎏의 무게를 지닌 금속제 유물이다. 정확한 시간과 계절을 측정할 수 있기에 조선의 우수한 과학 수준을 보여주며, 정밀한 주조기법과 섬세한 은입사 기법, 다리의 용과 거북머리 등의 뛰어난 장식요소 등은 고도로 숙련된 장인이 만든 수준 높은 예술성도 드러낸다.

미국 경매에 출품된 것을 문화재청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이 6월 매입해 국내로 환수한 조선시대의 해시계 ‘앙부일구’ /사진제공=문화재청
미국 경매에 출품된 것을 문화재청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이 6월 매입해 국내로 환수한 조선시대의 해시계 ‘앙부일구’ /사진제공=문화재청
미국 경매에 출품된 것을 문화재청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이 6월 매입해 국내로 환수한 조선시대의 해시계 ‘앙부일구’ /사진제공=문화재청
미국 경매에 출품된 것을 문화재청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이 6월 매입해 국내로 환수한 조선시대의 해시계 ‘앙부일구’ /사진제공=문화재청

앙부일구의 정확성은 현대 시각체계와 비교했을 때도 거의 오차가 나지 않는다. 한 해를 24개로 나눈 기후 표준점인 절후(節候)나 방위, 일몰시간과 방향까지도 알 수 있는 정밀한 과학기계라는 점도 눈길을 끈다. 이러한 높은 가치에도 불구하고 조선 시대 과학 기기류는 실물 없이 기록으로만 전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미국 제약회사 모더나가 개발 중인 코로나19 백신 후보의 예방률이 94.5%라는 임상시험 결과가 16일(현지시간) 나왔다.​/사진=연합뉴스
미국 제약회사 모더나가 개발 중인 코로나19 백신 후보의 예방률이 94.5%라는 임상시험 결과가 16일(현지시간) 나왔다.​/사진=연합뉴스

미국 제약회사 모더나가 개발 중인 코로나19 백신 후보의 예방률이 94.5%라는 임상시험 결과가 16일(현지시간) 나왔다.

이번 결과 발표는 백신 예방률이 90% 이상이라는 미 제약회사 화이자와 독일 바이오엔테크의 지난 9일 발표로부터 일주일 만에 나와 의미가 깊다. 스테파네 방셀 모더나 CEO는 “(이 백신이) 게임체인저(game changer·판도를 바꾸는 요인)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미 국립알레르기·감염병연구소(NIAID)와 함께 코로나 백신을 개발 중인 모더나는 지난 7월 27일 미국 89개 도시에서 코로나 백신 후보물질 ‘mRNA-1273’ 3상 시험에 돌입했다. 시험 참가자는 3만명이었다. 이번에 공개한 3상 시험 중간 결과에 따르면 실제로는 백신 후보 물질을 접종하지 않고 위약을 투여받은 참가자 그룹에서는 90건의 코로나 감염 사례가 발견된 반면, 백신 후보 물질을 2회 접종한 그룹에서는 코로나 감염 사례가 5건에 그쳤다.​

앤서니 파우치 NIAID 소장은 모더나의 임상시험 중간결과 발표 소식에 “매우 흥미로운 결과”라며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다. 94.5%는 정말 뛰어나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나는 분명히 90% 이상의 효과가 있는 백신이 가능하다고 말했지만 이를 확신하진 않았다”며 “매우 인상적이고 고무적이며 신나는 결과”라고 말했다.​

앞서 화이자와 바이오엔테크가 함께 개발 중인 코로나 백신 역시 효과가 90% 이상이라는 중간 결과가 발표된 바 있다. 화이자는 지난 9일(현지 시각) 3차 임상시험 참가자 중 코로나에 감염된 94명을 분석한 결과, 자사 백신이 코로나 예방에 90% 이상 효과를 발휘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하지만 화이자의 백신은 화씨 영하 94도(섭씨 영하 70도)에서 보관돼야 해 백신 보급·보관이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있는데, 모더나의 백신은 화씨 36~46도(섭씨 2~7도)에서 최대 30일 간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것으로 전해졌다.Copyrights 헬스조선 & HEALTH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권준수 교수 연구팀 연구결과

(서울=연합뉴스) 김잔디 기자 = 하나의 사안을 두고도 진보와 보수로 대변되는 정치적 성향에 따라 왜 의견이 갈리는 걸까. 국내 연구자들이 뇌과학 영역에서 진보와 보수 성향을 가진 사람들을 비교한 결과 뇌 연결망에서 차이를 나타낸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그렇지만 이 연구에서도 정치적 성향과 뇌 연결망 차이의 선후 관계를 확인하진 않았다.

서울대병원·서울대 뇌인지과학과 권준수 연구팀(장대익, 이상훈, 김택완)은 성인 106명의 정치 성향과 뇌 기능 네트워크를 분석해 뇌 연결망 차이를 확인했다고 17일 밝혔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츠'(Scientific reports) 최신호에 게재했다.

우선 연구팀은 106명을 정치 성향 척도로 설문해 보수, 중도, 진보성향 그룹으로 나눈 후 뇌 기능을 살폈다.

그 결과 심리적 스트레스를 조절하는 뇌 영역들 사이의 신호전달 체계가 정치 성향에 따라 달랐다.

보수 성향의 사람들은 자기조절능력이나 회복탄력성과 관련이 있는 뇌의 연결성이 진보 성향을 가진 사람보다 약 5배 높았다. 즉, 보수 성향을 가진 사람의 뇌는 심리적 안정성이 진보 성향의 사람보다 높았다는 의미라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진보와 보수 성향을 가진 사람들에게서 뇌의 활성화 정도에 차이가 있다는 건 해외 여러 연구에서도 확인된 바 있다. 뇌과학의 발전으로 뇌 영상 기술을 통해 사람의 심리 기전을 뇌의 변화를 통해 볼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영국 엑서터대학교와 미국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대(UCSD) 연구팀은 미국 민주당원 및 공화당원을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보수인 공화당원들에서 위험이 동반된 의사결정을 하는 경우 편도가 과활성화되고, 섬피질 활성도가 감소하는 것을 확인했다. 이는 위험 자극에 보수성향 사람의 뇌가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의미다.

그러나 뇌의 전체적인 기능적 연결성을 연구한 보고는 이번이 처음이다. 권 교수팀이 발표한 연구는 휴지기 상태의 뇌에서 진보와 보수의 차이를 관찰했다. 정치 성향에 따라 뇌의 기능적 연결망 또한 다르게 설계되어 있다는 것을 확인한 것이다.

다만 이번 연구는 정치 성향에 따라 뇌의 차이를 확인한 결과이므로 두 요인 사이의 선후 관계 또는 인과 관계를 단언할 수는 없다고 봤다.

권 교수는 “정치적 성향에 따라 뇌 기능의 차이가 생겨난 것인지, 뇌 기능 차이로 인해 정치적 성향이 다른지는 알 수 없다”면서도 “다만 정치적 입장에 따라 뇌의 차이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뇌신경질환 진료 [연합뉴스TV 제공]
뇌신경질환 진료 [연합뉴스TV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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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동선 살펴 최적 움직임 창조
과거 부수적 역할서 점차 전문화
대본 뛰어넘는 배우 개성 살려내
몸 전면 내세운 극, 세계적 추세

연극 ‘발가락 육상천재’의 달리기 경기 장면. 남긍호 움직임 감독은 “영화에서 배우가 몇 달씩 무술 승마 권투 등을 배우는 것처럼 연극에서도 배우의 몸 훈련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국립극단 제공
연극 ‘발가락 육상천재’의 달리기 경기 장면. 남긍호 움직임 감독은 “영화에서 배우가 몇 달씩 무술 승마 권투 등을 배우는 것처럼 연극에서도 배우의 몸 훈련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국립극단 제공

캄캄한 무대, 막이 오르고 조명이 켜졌을 때 관객이 가장 먼저 보는 것? 배우의 몸이다. 연기나 대사보다 관객은 배우의 몸을 통해 직관적으로 캐릭터를 읽기 시작한다. 구석에 쭈그려 앉은 배우를 보면 말이 없어도 처연함을 느끼듯 몸도 정서와 감정을 드러낸다.

극에서 배우의 몸짓, 동작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연극계 ‘움직임 감독’의 활약이 돋보인다. 다양한 작품에서 배우의 움직임을 지도하는 남긍호(57) 김윤규(49) 이윤정(44) 감독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인간의 몸이라는 질료에서 움직임을 끌어내 (역의) 존재감을 살려내는 역할”이라며 “서고 앉는 자세에 따라서도 목소리 톤, 감정, 눈빛이 달라진다”고 입을 모았다.

각각 마이미스트, 무용수, 안무가 출신으로 ‘몸 쓰기의 달인’인 이들은 특정 장면의 대본에만 ‘갇혀’ 있던 움직임을 무대 위로 소환하고 있다. 최근에는 대사만으로 뭔가 부족할 때 몸 연기나 군무를 짤 정도로 극의 흐름에 적극적으로 관여한다. 전체적 움직임은 물론이고 배우의 이미지와 동선을 살피며 그에 어울리는 움직임을 만들어낸다.

공연 중인 국립극단 ‘발가락 육상천재’의 남 감독은 “달리는 장면을 슬로모션으로 비사실적이며 익살스럽게 그렸다. 같은 의상을 입은 배우 두 명을 무대 여기저기서 빠르게 등장시켰다가 퇴장시켜 한 사람인 듯 보이게 하는 트릭도 넣었다”고 했다.

국립극단 차기작 ‘햄릿’에서 주인공 햄릿이 아버지의 망령에 시달리는 장면. 이봉련 배우(가운데)의 팔다리 사이로 다른 배우들이 손을 뻗어 망령을 표현했다. 국립극단 제공
국립극단 차기작 ‘햄릿’에서 주인공 햄릿이 아버지의 망령에 시달리는 장면. 이봉련 배우(가운데)의 팔다리 사이로 다른 배우들이 손을 뻗어 망령을 표현했다. 국립극단 제공

연극깨나 본 관객에게도 움직임 감독이라는 호칭은 생소하다. 프로그램 북의 제작진 크레디트에 ‘움직임 지도’ ‘움직임 디자이너’로 표기되거나 ‘안무’ ‘안무 감독’으로 뭉뚱그려질 때도 있다. 다만 무용이나 뮤지컬 안무와 달리 연극의 몸짓을 설명하기엔 ‘움직임’이 더 적절한 표현이라는 게 중론이다. 국립극단의 차기작 ‘햄릿’을 맡은 김 감독은 “연극에선 ‘배우가 움직인다’는 느낌이 튀지 않아야 한다”며 “배우의 신체조건 성별 연령 경험에 따라 천차만별인 동작이 장면 안에서 자연스러워야 한다”고 했다.

움직임 감독의 역할 확장은 몸을 통한 이미지와 메시지를 중시하는 현대 연극의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 이 감독은 “옛날엔 ‘이 장면을 그냥 현대무용처럼 만들어 달라’고 주문하거나 ‘왜 움직여야 하느냐’고 반문할 정도였다. 하지만 지금은 걷고 뛰고 숨쉬는 움직임 모두 디자인 대상”이라고 했다. 김 감독은 “대본의 텍스트 뒤에 숨은 연극 말고 몸을 전면에 내세운 연극이 세계적 추세”라고 덧붙였다.

이는 오늘날 드라마투르그(dramaturg·극작술 연구자)의 분화 과정과 비슷하다. 창작부터 제작, 캐스팅, 리허설, 공연 후 평가까지 관여하는 드라마투르그의 일은 과거 연출이나 프로듀서의 영역이었다. 하지만 전문성이 강조되며 각각 나뉘게 됐다. 국내 첫 드라마투르그는 1999년 ‘파우스트’의 김미혜 한양대 명예교수다. 사례비도 없었고 팸플릿에서 이름조차 빠졌다.

움직임 감독의 역할은 아직 부수적이다. ‘있으면 좋다’고 생각은 하지만 따로 비용을 지불할 여력은 없다. 국·공립극단이나 대형극 또는 신체극 중심의 극단에서만 일을 맡겼다. 김, 이 감독은 “‘이 장면만 봐달라’거나 무료로 품앗이하듯 해달라고 요구할 때도 있지만 연출과 협력하는 부분이 점차 늘고 있다. 그래도 재미있어서 하는 일”이라고 했다. 남 감독은 “몸 잘 쓰는 한국 배우가 많다. 움직임 감독의 역할은 배우의 개성을 살리는 방향으로 점차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기윤 기자 pep@donga.comⓒ 동아일보 & donga.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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